황금하고도
바꿀 수 없다는 정기 (正氣)를 북돋아 주는 멋진 이름의 처방이 「동의보감(東醫寶雖)」에
수록되어 있다. 건강의 비결은 바를 정(正)자의 정기(正氣)를
보호하고 육성하는 데 있다. 바른 기운이란 무엇을 일컬어서 사용하는
단어일까? 말로 표현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것이 건강의 정의이다. 병이
나타나서 통증을 수반할 때는 곧 표현되어질 수 있지만, 건강이 어떤
상태인가는 규정짓기 곤란하다. 정기(正氣) 역시 어떤
상태인지는 꼬집어 표현할 수 없다. 물론 정기(正氣)에 비교하면 황금이
문제가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정기가 무엇인가는 알아야 확실하지 않을까?
허준선생은 방랑을 즐겨하는 취미가 있던 차, 팔도강산 유람을 떠날
기회가 생겼다. 사랑하는 제자 하나를 데리고 훌쩍 떠나오니,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걸어걸어 어느덧 날이 저물어가는 때라 수원(水原)근처의
어느 마을에 들어서서, 제일 커다란 집의 문을 두드렸다. 하룻밤
유숙하는 허락을 얻은 선생은 무언가 이 집의 근심어린 분위기를 느꼈다.
마치 초상이라도 난 집처럼 주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주인(主人)에게
사연을 물었다. 꺼질 듯한 한숨과 함께 내놓는 사연인즉, 이 집의 귀한
팔대독자인 아기가 수개월 째 원인 모를 병으로 사경을 헤맨다는 것이
아닌가? 백방으로 용한 명의 (名醫)는 다 동원하고, 무당까지 불러 굿을
해도, 효험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미심쩍은 나그네의 입장이지만, 허준선생이
아기를 한번 보고 싶다는 요청에 주인은 혹시나 하며 허락했다. 많은
친척 여인들 속에 둘러싸여 거의 숨이 죽어 새파랗게 질려버린 아기의
모습을 보고 허준선생은 주인에게 기이한 처방을 내렸으니, 동네 사람들이
가장 자주 모이는 사랑방에 가서 손때가 새까맣게 묻어 찌든 장기알을
가져오라는 것이다. 장기 두는 새까만 알맹이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주인으로서는
자못 의아스러울 수밖에, 모든 여인들은 아기 곁에서 떨어질 것을 요청한
선생은, 즉시 때묻은 장기 알맹이를 삶아 먹이라고 했다. 세상 천지간에
이렇게 괴이한 처방이 또 있을까만, 기적적으로 아기는 커다란 울음소리와
함께 살아난 것이니 역시 천하의 기인(奇人)인 허준선생이다. 후한대접과
함께 아쉬운 작별을 했지만 선생의 제자는 도저히 이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음양오행(陰陽五行)과 육기(六氣) 등등의 동양철학 이론이나,
약의 성품(性品)을 공부하는 본초학(本草學)과 처방(處方)의 가르침이나
침술에 이르기까지 선생의 가르침에는 이런 처방은 없기 때문이다. 제자는
선생의 설명을 듣고 싶어했고, 선생은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으니, 매우
간명하면서도 신기한 법이다. 그 아이의 괴질병은 귀한 자손의 집안에
태어났으니 온 집안사람들의 귀여움을 너무 받은데에서 기인한 것이며
특히 여인네들의 품속에서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귀여워서 지나치게
서로들 어루만져서 발병했다는 것이다. 여인들에게는 음(陰)의 기운(氣運)이
많기 때문에, 그 음기가 너무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며, 장기 알맹이는
남자들의 즐겨 노는 도구이며 서로 싸우며 즐기는 양기(陽氣)의 상징이므로
음과의 조화를 맞추기 위해 장기를 사용했다는 얘기다. 이상의
이야기는 야화(野話)이기 때문에 신빙할 근거는 없고 원시적이지만,
그만큼의 교훈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바른 기운의 상실이란 곧 음양
조화의 상실이며, 조화는 편중되는 데서 깨진다. 편중되므로 집착하고
집착하므로 괴로운 사기(邪氣)가 나타난다. 여인의 음기(陰氣)만도
남자의 양기만도 정기라 할 수 없다. 그 무엇인가 전체적인 것 조화있는
것 편중되지 않은 것이 정기이다. 이것이 곧 참다운
불환금정기산(不換金正氣散)이니 구차하게 약초에 의탁할 번거로움이
없게 될 것이다.
콩과팥을 못가리면 염라왕을 피하지만
콩쓰는데 팔을쓰면 방망이를 못면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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