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관형찰색

2. 식물관찰법

 

식물을 관찰하는 독특한 이론이나 방법을 옛 선인들의 혜안을 통해 터득하고자 많은 문헌 등의 자료를 참고해보니 본인의 일천한 지식에 많은 보탬이 되더군요. 

인간은 어리석게도 자기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되는 여러가지 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첫째는 我相이고, 둘째는 인간 자신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교미하고 새끼 낳고 생을 위한 약육강식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나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므로 다른 동물들을 지배하고 잡아먹을 능력과 권한이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人相입니다. 셋째는 生命相입니다. 사람들은 生命이 있는 것, 없는 것, 有情, 無情으로 나누고자 하는 이상한 버릇이 있지요. 우리 주변에는 식물을 무생물이라고 한다든가 감정이 없는 생물이라고 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미국에서식물 감정실험 학설을 발표한 것이나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면 열매가 알차고 많이 맺힌다는 등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여러분은 식물에 감정이 없다고 말하지 않겠지요? 

老子의 "道德經(노자의 저서. 노자는 주왕조시대에 큰 덕을 지닌 숨은 군자였다 그러나 그의 생애는 어떤 임금시대에 살았었는지 아직도 확실하지 않다. 사기에 의하면 노자는 초나라의 고현 여향곡인리의 사람이다. 성은 이요, 이름은 이이고, 자는 백양이고, 시호를 담이라 받았다고 한다)"에 보면 "전쟁이 지나간 자리에는 가시나무만 무성하다"고 했는데, 陽明燥金의 투기가 왕성했던 전쟁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지요. 이건 무슨 의미를 담고 있겠습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일으키는 한 생각의 파장이 수억광년 떨어진 어느 별자리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릅니다. 하물며 靈性을 가진 식물에 대해서야.... 이런 이해가 여러분의 사고속에 담겨지지 않으면 앞으로 식물을 접함에 있어서 어떠한 식물의 특성도 읽어낼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리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이지요. 我相이란 너는 전라도 나는 경상도... 나! 나! 나!.... 너! 너! 너! 이런 식으로 '나' '너'로 분리하는 것입니다. 이런 분리의식과 교만은 의사들에게 특히 현저합니다. 6년 졸업하고 대학원이라도 나오면 아주 안하무인이 됩니다. 그 이면에는 나를 키워온 Ego의 망상이 꽉 들어차 있습니다. 이 我相이 많은 것을 수행을 통해서 극복한다고 하더라도 '男' '女'라는 무너뜨려야 할 性의 相이 남습니다. 이것마저도 떨쳐버려야 합니다. "넌 어째 남자가 매일 소꼽장난만 하니? 아예 불알을 떼어버려라!" 이렇게 남녀가 가진 기운을 분리시키려고 우리 인간들은 획책해 왔지요. 

그러나 이것 또한 극복을 해도 사물과 인간의 분리인 人相은 남지요. 우리가 인간일까요? 혹시 흙이고 바람이고 곤충이고 선인장이지는 않을까요? 여러분 낚시 좋아하지 마세요. "저는요 잡았다가 놓아 주니까 죄가 없겠지요?" 이런 말은 50보 100보지요. 고기 주둥이를 찢어 놓고는 '살려주니 죄가 없다'고 함은 간특한 자기변명에 불과합니다. 무생물에게조차도 가해를 하면 안됩니다. 벽을 향해 공을 던져 보세요. 던지는 속도에 비례하여 되돌아 옵니다. 작은 미물 하나라도 가벼이 여기지 마세요. 소동파가 어느 禪師를 찾아가서 어떻게 공부해야 합니까? 하니 "모든 善은 받들어 봉양하고 모든 악은 짖지 말아라(衆善奉行하고 諸惡莫作하라), 네 마음을 깨끗이 하라 이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다"고 하니 "그건 제가 읽은지 오랩니다"고 했어요. 이에 禪師 가라사되 "세살 먹은 어린애도 알기는 쉽지만 여든 먹은 노인도 실천하기는 힘들다네" 여러분들이 식물을 볼 때에 이제는 무심코 보지 말고 그것의 분위기와 감정을 느끼도록 하세요. 비온 뒤에 마구 신이 나서 일어나는 채소, 추우면 움츠리고, 한 여름 햇볕에는 축 쳐지고, 아침에 태양이 떠오를 때는 기분이 좋아서 반짝입니다. 인간과 다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것은 동식물에도 識情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간들은 형태, 형상이 같으면 다 같은 것으로 여깁니다. 옛날 복희씨는 전쟁을 할 때 독수리, 코끼리, 사자, 호랑이를 전열에 세우고 전쟁을 했다고 합니다. 그때는 금수와 인간의 구별없이 대화가 통했고, 식물과도 대화가 통했다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리석은 인간이 같은 형상끼리만 동류인줄 알고 자기네들끼리만 어울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인간의 탈만 뒤집어 썼지 뱀같고 여우같고 늑대같은 사람이 있는 줄을 모르고.... 옛날 사람들은 형상을 보지 않고 氣運을 보았다고 하지요. 신맛을 내는 식물은 기운이 강하고 매운 맛을 내는 식물은 陽明燥氣가 많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울 수도 있겠지요. 

식물이 동물처럼 여러 경락을 다 가진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각각의 그 나름의 특수한 몇 가지는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五味子와 같이 다섯 가지 맛을 다 가진 것을 聖草라고 합니다. 그리고 신령스런 풀인 영초도 있지요. 인간만이 12經絡을 다 가지고 있듯이 식물 중에도 12經絡에 해당하는 맛을 다 가지고 있는 것은 신령스런 식물인지도 모르지요. 無害無毒하다는 쌀, 보리, 밀, 인삼 등은 특별히 강한 맛이 없습니다. 그러나 강하거나 맛이 독한 식물은 한 가지 經絡에만 치우쳐 작용하므로 그 맛이 强毒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러한 식물의 편벽된 성품을 읽을 줄 아는 觀을 얻어야 됩니다. 옛날 의학자들은 식물의 맛과 성품과 생김새를 가지고 여러가지 추리를 해서 치병의 작용과 방법을 기술해 놓았는데 지금 우리는 그 추리를 배우려하지 않고 기술된 것만을 그저외우기만 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동양의학자라면, "本草綱目"에 없는 국내에 처음 수입되어온 약초라 할지라도 그 성분을 알아낼 수 있어야 하며 入經의 藥理學的 측면 역시 추리할 수 있어야 된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직접 맛을 본다거나 그 식물의 성품을 접촉할 수 있는 체험의식이 있어야 됩니다. 학계에서 거의 덮어두고 지나치다시피하는 五運六氣라든가 入經의 문제는 단순한 지식 암기식의 학문적 태도로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다고 저는 주장합니다. 

식물도 性情이 있다고 하는 전제하에서 광물이 가지고 있는 감정까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례로 陽起石을 들 수 있습니다. 말뜻 그대로 남자들 陽氣 부족한데 씁니다. 延齡固本丹이나 十全大補湯에 六味를 合方하고, 五子와 肉從蓉, 淫羊藿도 넣고, 이 陽起石을 조금 넣습니다. 법제의 방법은 불에 이 陽起石을 달구었다가 식초에 담가 삭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돌가루가 어떻게 인간의 양기를 돋구워 주느냐 하는 것이지요. 朱砂(심장 안정제로 씀)도 마찬가지입니다. 朱砂는 不眠症, 癎疾, 驚氣, 嘔吐, 眼疾 등 하다 못해 귀신을 쫓는 데까지 씁니다. 옛날 할머니들은 어린애가 태어나면 鏡面朱砂를 어린애 입술에다 조금 묻혀주는 지혜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리하면 藥性이 入經이 되어서 아이가 경기를 안합니다. 이런 광물질인 朱砂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켜 주겠습니까? 이렇게 잘 생각해보면 동물이나 식물, 광물질까지도 그것들 나름의 어떤 성품이 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옛날 어느 선사가 도를 깨닫고 보니, 식물에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괴로움이 있고, 동물은 動하는 괴로움이 있음을 알 수 있더라고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식물은 動하고 싶어하고 동물들은 靜하고 싶어 합니다. 動은 靜으로부터 양식을 얻고 靜은 動으로부터 양식을 흡수합니다. 즉 식물은 동물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동물은 식물로 부터 에너지를 얻게 되지요. 어떤 도인은 "식물이 하나 생겨나면 그것에 상응하는 동물이 하나 반드시 생겨난다"고 했습니다. 이건 우주의 조화지요. 

五運六氣冊을 보면, "하느님은 실수하는 법이 없어서 병이 나게 되면 그 병을 낫게 해주는 약초도 만들어 준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것은 남고, 어떤 것은 모자라다'라고 여기는 것은 우리 인간의 생각일 뿐이지요. 만물의 이러한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곧 陰陽인 것입니다. 

식물과 동물은 상호보완적이므로 동물은 식물을 먹어야 마음의 평정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인간들은 돼지고기, 쇠고기, 닭, 오리, 뱀, 아롱사태, 제비추리, 심지어 지렁이까지 먹습니다. 동물이 동물을 먹어대니까 평정을 잃고 躁動하게 되어 요즈음과 같은 불행한 세태가 되어가는 겁니다. 무조건 살생을 하지 말라, 肉類를 먹지 말아라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동식물의 상호보완적인 차원에 대한 이야기지요. 동물계에도 人系・畜生系가 있듯이 식물도 여러 성품을 두루 다 지닌 靈草가 있을 것이고 附子나 大黃처럼 편벽되고 독한 성품을 지닌 것도 있을 것입니다. 

"方藥合編"에 나온 附子를 보면 맨 끝에 "인삼과 숙지황은 治世를 다스리는 어진 宰相이요. 부자와 대황은 亂世를 다스리는 어진 장군이다(人蔘, 熟地治世之良相, 附子大黃亂世之良將)"라는 말은 시절이 어지럽고 사람이 독해지면 그만큼 약도 독한 것을 써야 되고 사람들 인심이 유순하고 편안할 때에는 인삼, 숙지황같은 약이 좋다는 것이지요. 

열이 38~39도 되는 데도 환자의 컴퓨터 四柱八字의 해석에 附子가 맞게 되어 있다고 附子를 넣어주는 한심한 한의사도 많습니다. 大黃을 써야 되는데 附子를 쓴다면 환자를 수도 없이 죽이게 됩니다. 병을 잘못 다스리는 것은 살인보다 더한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도심지 한복판에 난데없는 개구리 떼가 도로를 메운다거나 제철도 아닌데 메뚜기나 하루살이 떼가 어느 지역의 하늘 전체를 메웠다는 뉴스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런 현상을 무심코 넘기는 사람은 五運六氣 학자가 아니지요. 五運六氣 학자들은 어떤 기운이 盛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 뿐 아니라, 어떤 곤충이 興하면 어떤 邪氣가 많이 작용할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공부를 "六經"'五運六氣編 氣交變大論'에서 이르기를, 

"황제가 이르길 '가르칠 가치가 있는 자인데도 가르치지 않음은 하늘의 도리를 잃는 것이고, 가르칠 가치가 없는 자에게 가르치려고 하는 것은 하늘의 至寶를 함부로 누설시키는 것이다'라고 들었다. 그러나 짐은 참으로 부덕하여 천도의 蘊奧를 받을 만큼의 자격이 없는 것 같소. 원컨대 하늘의 至寶를 한없이 지니게 하여 영구히 이를 전하게 합시다. 짐은 그 가르침에 따라서 바른 정치를 행할 생각이오" 

 

帝曰 余聞得基人不敎是謂失道傳非基人慢泄天寶余誠德未足以受至道 然而 衆子哀基不終 願夫子保于無窮流于無極余司基事則而行之奈何 

 

이러한 오운육기는 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데가 없습니다. 농사, 정치, 문화, 거래, 인간의 吉凶禍福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가 없습니다. 이처럼 중요한 至寶이므로 周易學者나 運氣학자들은 아는 공부 3년 했으면 모르는 공부 7년 하라고 합니다. 바로 입닫는(누설치 않는) 공부를 하라는 거지요. 여러분들 六經 공부 좀 했다고 친구나 후배 만나서 경솔히 지껄이지 마십시오. 좀 알아도 모른 척하고, 內經의 깊은 의미를 확대해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입을 열 수 있음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오운육기는 배우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마음을 엄숙히 하고 齋戒를 해서 공부를 해야지 어린애 장난하듯 가벼이 여겨서는 안됩니다. 

黃帝같이 위대한 분도 岐伯에게 머리를 숙여 가면서, "짐이 참으로 부덕해서....그 가르침을 따라 정치를 행할 생각이다"라고 겸손히 말하는 이 모습을 보십시오. "黃帝內經"의 뜻은 하나하나가 다 나중에 黃帝가 될 기질을 길러주는 것이 올시다. 오직 나만을 생각하지 말고, 비교나 분리의식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다른 나라의 고통도 불쌍하게 생각해 줄 정도로 덕이 넓어야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배워서, 전세계 인류를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해야되겠지요. 

지금 여러분들은 어마어마한 학술세계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러니 조그만 감정의 부스러기나 질투, 시기 따위에 사로잡히지 말고 마음을 크게 쓰세요. 그리고 자기 스스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 지극한 보물은 한꺼번에 다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단계에 이르면 가리워지고, 또 어느 단계에 이르면 가리워지게 됩니다. 그 이유는 禪問答을 가려 놓은 것과 동일합니다. 왜 가려놓았을까요? 그것은 스스로 밀고 들어오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몇 가지 외운 지식만으로 이 우주의 움직임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착각입니다.  

黃帝는 六經을 일컬어 "정열하게 수리를 갖추고 簡明하여 빠진 곳이 없으며 영원히 어긋남 없는 진리"라 했고, 老子도 "하늘의 그물은 성긴 것같으나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有條理簡而不匱久而不絶易用難忘爲之綱紀....)"고 했습니다. 六經을 분류하고 오운육기를 결합시켜 보면 빠져나갈 것이 없습니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과제물을 부여하고, 이것 저것 조사를 해오라고 하는 이유는 몇 가지 이론만 외우면 될 것이 아니냐는 여러분들의 안일한 생각을 없애기 위한 노력인 것입니다. 그런데도 여러분들은 "왜 이렇게 괴롭히지? 요점만 빨리 끝내면 좋을텐데...."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지요. 그런 머리 속엔 이렇게 심원한 학문이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지난 겨울 방학때는 이 오운육기 강의를 하면서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오운육기 이야기만 나오면 졸더군요. 다시 말씀드리지요. 오운육기란 위로는 天文을 알고 아래로는 地理를 알고 가운데로는 人事를 아는 공부입니다. 

六經공부를 하고 나면 별(星)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內經 '五運六氣編 氣交變大論'에 나온 것을 참고해 봅시다. 

"運星이 常軌를 타고 바르게 운행하고, 때때로 常軌를 조금 이탈하여도 약간일때는 이것을 하늘이 天下萬民의 행동을 보고 계신다라고 말하고, 運星이 常軌에서 빗나갔다가 빨리 원래대로 돌아오고 彎曲하여 운행할 때는 이것을 하늘이 治世의 잘못을 보고 계신다하고 말하고, 運星이 常軌를 타고 운행하다가 때때로 빗나가고 때로는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을 되풀이하고 있을때에는 이것을 하늘이 治世의 잘못에 대하여 災禍를 줄 것인가, 선정에 대하여 칭찬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이 下界의 선정과 악정을 보시고 덕이 있는 자에게는 복을 주고 잘못이 있는 자에게는 죄를 주려고 하고 있다" 

 

帝曰 基行之徐疾逆順何如 岐伯曰 以道留久逆守而少是謂省下 以道而去去而 速來曲而過之 是謂省遺過也 久留而環 或離或附 是謂議災與基德也 應近則少 應遠則大 芒而大倍常之一基化甚大常之二基省卽也 少常之一基化 减少常之二是 謂臨視省下之過與基德也 德者福之 過者伐之 

 

이와 같이 岐伯같은 분은 혜성이나 별을 약간 唯心的으로 해석을 하였습니다. 여러분들은 밤하늘의 별이 평소와 다른 광선을 쏘듯이 날카롭게 나타내기 시작하면 '지구상의 풍조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웃기는 소리 하지도 마세요! 수억 광년전의 광선이 지금에야 도달하는 것인데 그것으로 무얼 생각했단 말이예요? 어쩌면 그렇게 비과학적인 말씀을 하십니까'하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군요. 그런데 왜 하필 그런 색깔이 나타나고 또 우리 눈에 그런 광선이 들어올까요? 

인간의 역사를 보면 처음에는 土器時代였지요. 그 다음은 鐵器時代 지금은 火器時代 앞으로는 水器時代가 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木火土金水로(相生으로) 시대가 흐르지 않고, 木克土, 金克木, 火克金....이렇게 相克으로 돌아가므로 고통이 수반된다고 합니다. 옛사람들이 하늘과 별의 운행을 대수로이 여기지 않았던 점이나 심한 가뭄이나 홍수때에 임금들이 "짐의 덕이 부족한 탓이로다"고 한 것은 인심이 자연에 영향을 끼치고, 자연이 인심에 영향을 미침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심과 자연은 둘이 아니고 하나입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이 움추려 들고, 문명의 발전에 따라 생태계나 지구의 구조 자체에 큰 변화가 오는 것도 인심과 자연이 둘이 아님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입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상이 수용되지 않은 배울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들으면 머리가 깨지듯 아플 뿐인 것입니다. 

하늘에서 일어나는 현상들, 인간의 여러 감정들, 어떤 동물과 식물, 어떤 색과 맛이 갑자기 盛하고 興함은 그럴만한 이유가 근본적으로 있다는 것입니다. 게가 바다에서 살지 못하고 산으로 기어올라 가서 산다거나, 까치가 나무위에다 집을 짓지 않고 방송국 철탑같은 데다가 20--30개의 집을 짓고 산다면 무슨 징조가 있는 것일까요? 주역학자들은 대상을 가지고 풀어냅니다만 여기에도 과학적인 근거가 있습니다. 우리는 쉽게 느끼지 못하지만 지렁이가 더 잘 아는 것도 많습니다. 바깥기운이 살벌하고 건조한데 지렁이가 밖으로 나오겠어요? 모든 동물들은 豫知能力이 있는데 우리 인간은 그것을 잃어버리고 말았지요. 항해하는 배속의 쥐들은 폭풍우가 오기 훨씬 전부터 이리저리 날뛴다고 합니다. 이것은 무형의 기운이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五運六氣란 참으로 간단한 학문이면서 아주 넓게 모든 것을 다 포괄하고 있음을 안다면 여러분은 시간을 소홀히 하여 안이하게 보낼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아는 3% 의 0.3% 도 아직 강의를 하지 않았는데 여러분들의 배우고자 하는 의욕이 저를 고무시켜 저 역시 의욕적으로 강의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딴은 여기와서 강의를 들은 후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도 한방이 훌륭한 것임을 느끼기만 한다면 제 강좌를 들은 소기의 목적은 이룬 것입니다. 

만일 여러분들이 내일 죽는다고 하면 오늘 진리공부를 하지 않고는 못배길 것입니다. 오늘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지 않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정밀하고 명백한 이론은 대성인이 하는 업으로 천지의 공리를 명백하게 말하고 영구히 변하지 않는 한없는 이치를 궁구하여 진리에 통하여 있는 것이다" 

"帝曰 善所 謂精光之論大聖之業宣明大道通於無窮究於無極也" 

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정밀하다고 하는 것은 철없는 어린애가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런 것입니다. '내가 가까운 것을 너무 멀리 하고 있었구나'하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옛날 어떤 사람이 도를 깨닫고 나서 어찌나 이 道를 가르쳐 주고 싶은지 설법을 하러 돌아다니는데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더랍니다. 할 수 없이 돌산에 들어가서 10년동안 설법을 했는데 나중에는 돌들이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랍니다. 도란 한낱 어린애가 듣거나 돌일지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단순한 것이지요. "內經"의 장중함에 눌리고, 권위주의와 洋方 일변도로 변해가는 사이비, 주체성없는 학문관, 중공것이나 도용해서 끼어붙이려는 박쥐같은 학문 풍토, 입이있어도 陰陽觀 하나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벙어리같은 강의로 인해 여러분의 두뇌는 나날이 썩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졸업 후 13년 동안 한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큰소리칠 자격이 없을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최루탄 앞에서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몸부림치는 여러분들에게 선구자적인 학문관, 진리관을 넣어 줌으로써 우리 한의학계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진리를 추구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화시키는데 작은 힘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이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黃帝도 의사가 아닌 왕이었지만 의술을 통하지 않고는 국민을 제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여러분! 의사로서, 조그마한 기술자로서 어떻게 커볼까하는 생각보다는 큰뜻을 가지도록 하십시오. 천지의 공통된 이론은 공리를 명백하게 하고 영구히 변하지 않는 한없는 이치를 궁구하여 진리에 통하여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천문지리에 통한 자는 인체에 있어서도 그것을 이용할 수가 있습니다. 

올해의 운세는 어떤 기운이 강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조심을 해야겠군! 1985년 乙丑年은 뚱뚱하고 열이 있는 사람이 조심을 했어야 했군! 그러니까 그런 사람을 위한 약으로 어떠어떠한 것을 많이 준비해 두어야 했었군 하는 것을 예지해야 합니다. "올해는 어떤 약초를 많이 준비해야 한다"라는 얘기 쯤은 할 수 있는 동양 의학자여야 합니다. 먼 옛날의 大理論을 잘 아는 자는 현재에 있어서도 그것을 이용할 수 있고, 무형의 움직임을 잘 아는 자는 유형의 상태에도 통할 수 있습니다. 五運六氣의 영향을 잘 아는 자는 반드시 천지의 움직임에 응하여 자기를 순응시켜 장수할 수가 있지요. 

"선생(岐伯)이 아니면 세상이 넓다한들 누가 이 大道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길조를 골라서 '氣交篇'이라 이름짓고, 이것을 매일 아침 암송하고 싶소. 제계하여 몸을 맑게 한 자가 아니면 결코 보잘것없는 무리에게는 전하지 않을 걸세"라고 五運六氣의 氣交變大論은 끝을 맺고 있습니다. 

제가 舍岩針法을 강의한다고 소문이 나니까 무면허침구사도 그리고 미국 L.A에서도 강의를 해달라고 요청을 해왔습니다. 짧은 시간 투자해서 돈벌어 먹을 길이 없나 하는 얄팍한 생각에서, 또는 이민 가는데 鍼術을 배워가면 좋다는 말을 듣고 침술학원에 가봐도 별로 신통해 보이지 않으니까 그러는 거지요. 그러나 적어도 대학 6년 다니면서 고민도 해보고, 실망도 해보고, 흥분도 해본 사람들 즉, 한방에 엄청난 大理論이 있음을 신뢰하고 수긍하는 여러분들에게 강의를 해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에 제 강의는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하는 이 강의는 정말 들어보기 힘든 것입니다. 

절대 가벼이 여기지 마시고 부디 열심히 공부해 주시기 바랍니다. '레이더스'라는 영화를 보면, 멀고 먼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어떤 구슬을 얻습니다. 그래 그것을 아이들에게 나눠 주었더니 가지고 놀다가 아이들은 잃어버리고 맙니다. 여러분도 이와같이 되지 않도록 하십시오. 쉽게 얻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그 구슬속에 담겨진 항해와 거친 풍파, 어려운 난관의 의미를 모릅니다. 

이제 이 강의를 마치고 '五運六氣編' 한번 펼쳐 보세요. 여러분이 미처 느끼지 못했던 친밀감이 확 다가올 것입니다. '厥陰, 少陰, 太陰, 少陽, 陽明, 太陽이 먼 꿈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 속에 흐르고 있구나'하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예를 들어서 "厥陰의 해에는 시고 짠 것으로 치료를 해라"라고 씌어 있다면, '왜일까?'하고 생각을 하게 되고, 黃帝內經의 五運六氣가 모든 법을 다 설해 놓은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일어나는 동기만을 이야기 해 놓았으므로 여러분들의 눈을 넓히는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여러분들이 한방이론에 친밀성 친화성을 가지고 공부를 하다보면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들 중에서도 도인이 태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성품따라 맡겨두고 道를 합치면  

일 없는 듯 번뇌가 끊기고  

마음 두고 분별내어 참뜻과 어긋나면 

흐리멍텅 가라앉아 좋지 않으리라. 

 

任性合道 

逍遙絶惱 

繫念乖眞 

昏沈不好 

 

식물과 동물의 상호보완작용이란 靜과 動, 陰과 陽의 상대적인 의미와 서로 양분을 취하는 작용, 상호호흡작용 등의 생명활동이라고 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식물과 동물을 보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인간은 위를 머리부분이라 하지만 식물은 땅밑에서 자라는 부분을 머리라고 합니다. 서로 반대지요. 식물은 地氣를 먹고, 동물은 天氣를 먹습니다. 식물은 윗 부분에 꽃이 피어서 암수가 구별되지만, 동물은 아래쪽에 있는 성기로 암수가 구별됩니다. 

 

 

 

동물은 上이 天이 되고 식물은 上이 地가 되며, 동물은 下가 地가 되고, 식물은 下가 天이 됩니다. 인간이 섭취하는 것은 天氣地味인데, 식물이 섭취하는 것은 地氣天味가 됩니다. 그러므로 서로 생명을 보충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다만 기능상의 위치만 전도되어 있으므로 인간처럼 식물을 보되 위치만 바꾸어서 이해하면 쉽습니다. 

"창조주는 절대 실수가 없다"고 오운육기에 나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창조주에게 실수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흔히 '창조주가 왜 실수를 해서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왜 저런 독한 식물을 만들고 도둑놈, 창녀를 만들었을까?'하고 생각을 하지만 창조주의 일은 절대 실수가 없을 뿐 아니라 균형에서 조금도 어긋나지 않습니다. 다만 인간이 스스로 일부분만을 보고는 균형이 깨졌다고 착각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주만물을 결정하는 주인이 바로 우리 인간입니다. 기실 식물을 만들어 내는 것도 우리, 동물을 만들어내는 것도 우리요, 표독한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도 곧 우리입니다. 그러므로 이 우주만물에 일어나는 일체의 현상은 나와 그 관계를 끊을래야 끊을 수가 없습니다. 진리를 깨닫지 못한 사람들만이 분리의식을 가지고 저건 더러운 놈, 저건 어리석은 놈, 저건 못된 놈이라며 손가락질을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 그것들이 곧 나의 분신임을 알아야 됩니다. 

철이 많이 나는 나라와 물이 많이 나는 나라와 돌이 많은 나라에는 각각 그 자연과 연관지어진 동식물이 살지요. 이것을 일일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크게 六經으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桂枝같은 가지는 사람의 팔 다리에 쓰고, 식물의 씨는 사람의 씨(여자의 자궁, 남자의 생식기)에 쓰입니다. 인간의 기운을 上氣시킨다거나 거들어 올리고 싶을 때는 뿌리가 깊이 박힌 것을 써야 됩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나 80% 이상은 맞습니다. 대체로 뿌리가 박혀 있는 기운이 강한 것일수록 사람에게 補氣시키는 작용과 上氣시키는 기운이 강한 것입니다. 

그러나 當歸는 이와 다릅니다. 머리부분과 몸통부분 그리고 뿌리부분의 작용이 그림과 같이 다릅니다. 앞의 이론대로라면, 尾를 많이 쓰면 上氣시켜 피를 위로 올려 줄 것이고 頭는 破血作用이 있어야 할텐데 그렇지가 않거든요. 그 이유는, 當歸뿌리가 깊이 박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뿌리이든지 뿌리의 중간부분은 끝부분보다 힘이 약합니다. 인삼도 끝부분쪽이 맛이 강합니다. 그것은 몸통보다 뿌리 끝부분이 뚫고 들어가는 성질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當歸뿌리는 補血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瘀血을 풀어 주는데 쓰입니다. 

 

 

 

여러분들이 어떤 식물을 보았을 때, 지표면을 기준으로 윗쪽이 발달된 것과 아래쪽이 발달된 것 또는 상하가 고르게 발달된 것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버섯과 같이 지표 윗부분이 발달된 것이 있다고 합시다. 이런 것은 뿌리가 거의 없지요. 이것을 먹었을 때 독이 있는 버섯이라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요? 上氣가 되거나 두통이 일어나지는 않지요. 설사가 심해서 창자까지 빠져 내려서 죽습니다. 버섯도 위와 땅속의 부분이 균형이 잡힌것은 대체로 몸에 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처음보는 식물일지라도 天과 地, 즉 上下가 균등하게 이루어진 것은 위험하지 않으나 한 쪽이 치우쳐 발달한 것은 독성이 있습니다.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았는데 머리는 조그맣고 몸통이 큰 복어를 잡았다고 합시다. 이건 보나마나 위험한 거지요. 독중에서도 陰毒(몸체가 크므로)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요리할 때는 기를 위로 끌어 올려주는 조미료 등을 첨가해야 됩니다. 색으로도 알 수가 있지요. 버섯이나 물고기의 색이 진하면 진할수록,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독이 많습니다. 화장을 진하게 하는 여자일수록 독한 경우가 많습니다. 색깔이 진하다는 것은 어느 한 생각에 대한 집착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버섯이 색이 진하고 예쁘면 독이 있다는 식물학 지식은 누구나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陰陽觀에 입각해서 地表를 중심으로 상하의 균형을 보는 지극히 簡明한 식물관찰법을 일러준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비법으로 전해내려오는 이런 이야기 한 마디를 듣기 위해 저는 엄청난 시간을 고생하였습니다. 그런데 버섯을 식용으로 할 때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좋습니다. 

그러나 많이 먹게 되면 陽氣가 떨어집니다. 그것은 버섯이 陰氣가 강한 식물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버섯은 陰地에서 자랍니다. 한 식물의 성품이 스스로 자랄 수 있는 땅을 결정하기도 하고, 땅이 그 식물의 성품을 결정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지표 윗쪽 부분이 발달된 것을 보면 '아하! 이놈은 음지에서 자랐겠구나'하는 것을 금방 알 수 있겠지요. 지표 윗부분보다 아랫부분이 많이 발달된 것은 陽的이므로 습지에서는 잘 자라지 못합니다. 

牛黃淸心元에 쓰는 大豆黃卷(콩나물)은 뿌리 부분이 발달되어 있으므로 어떤 성품을 가졌을까요? 우리 몸에 들어와서는 윗쪽으로 작용을 합니다. 陽的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콩나물과 복어를 함께 써서 요리를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멋진 콤비플레이가 되겠지요. 더우기 콩나물의 陰的 부분인 대가리를 떼내고 요리를 하면 더 좋겠지요. 

요리 전문가들이 영양가 운운하면서 콩나물 대가리를 떼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지요. 한방에서는 이렇게 영양가 외에도 氣의 升・降・浮・沈과 味의 厚薄 등을 보는 것입니다. 콩나물 대가리를 떼내면 陽的인 부분만 남기 때문에 뱀장어나 복어와 같이 陰毒한 것과 같이 먹는다면 좋습니다. 그러나 콩나물 몸통만 계속해서 먹는다면 어리어리하게 두통이 오고, 더 계속해서 먹으면 氣의 상승이 과해서 몸이 붕붕 뜨려고 할 겁니다. 특히 升麻와 섞어 먹는다면 비행술 연습이라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氣의 升・降・浮・沈에 대한, 허준 선생님의 우화를 하나 더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허준 선생이, 감나무 잎이 하나 둘 떨어지는 가을날 어느 바둑고수인 노인과 바둑 삼매경에 들었습니다. 감나무 아래에 자리를 펴고 바둑을 두는 정취에 한껏 젖어 있는데 제자가 허겁지겁 달려와서는 긴급환자가 대기중이라고 허둥댔습니다. "체해서 뱃속이 꽉 막힌 환자인데 어서 손을 좀 쓰셔야지요" 하니까, "針으로 四關을 틔워주든지 네가 알아서 응급처치를 해라"하면서 거들떠 보지도 않았습니다. "아니? 당대의 명의로 추앙받는 자가 이럴수가!...." 제자는 하는 수 없이 四關穴에 침을 놓고 방법을 다했으나 듣지를 않았습니다.  

체한 것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하나는 위로 토하고 아래로 설사를 하는 上吐下瀉 즉 霍亂이고, 또 하나는 토하지도 사하지도 않는 氣不升降, 즉 기가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는 關格이지요. 전자는 좀 견딜만 하고, 같은 '곽'자 돌림인 藿香이 좋은 치료제로 쓰이는데 후자는 자칫하면 죽기 쉬운 급성입니다. 

이 환자의 경우가 바로 關格이었던 것입니다. 제자의 재촉에 마지못해 일어난 허준선생은 바로 옆에 떨어져 있던 감나무 잎을 주섬주섬 모으더니 "이걸 좀 달여 먹이도록 하라"고 하는 것이었어요. 어이 없는 일이지요. 감나무 잎에는 떫은 성분(澁味)이 들어 있으므로 체한 것이 더 악화되겠지요. 

제자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건 미친 짓이야! 무당이나 하는.... 또 평소에는, 체한 데에 감나무를 쓰지 말라고 그렇게 강조를 하시더니...." 의아해 하면서 달여 먹였는데, 환자가 거짓말처럼 낫는 것이었어요. 

"이럴수가...." 제자는 허준선생의 경지를 더욱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모르면 물어봐야지요. 그러자 "체했을 때, 감나무에 매달린 잎을 쓰지 말라고 했지 내가 언제 땅에 떨어진 잎을 쓰지 말라고 하더냐?"하고 반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슬도 아침이슬과 저녁이슬이 다르듯이 같은 감나무의 잎이라도 매달려 있는 것과 떨어진 것은 다르지요. 떨어진 감나무 잎에는 降하는 (떨어진 잎이므로) 기운이 있습니다. 바로 이것을 이용했던 것입니다. 

여러분! 혹시라도 이걸 외워서 霍亂이나 關格에 떨어진 감나무 잎을 쓸 생각은 마십시오. 이것은 비유로 쓰인 우화일 뿐입니다. 같은 약이라고 해도 때와 장소에 따라 변하는 氣의 흐름을 잘 읽어야 한다는 좋은 본보기이지요. 

少陽之氣란 太陽의 비추임이요, 어미 닭이 알을 품는 따스함이요, 친구간이나 부모자식간에 충고를 하거나 회초리를 드는 것입니다. 계란 노른자를 많이 먹으면 膽汁분비를 촉진시켜서 담즙을 낭비시키므로 少陽之氣가 부족하게 됩니다. 少陽之氣가 과하면 곧잘 주먹을 휘두르는 폭력형 과격형의 성격이 되지만 少陽之氣가 부족하면 겁이 많고 공격적이지 못합니다. 계란 노른자를 많이 먹으면 洋方에서는 담즙이 낭비되어 고갈되므로 단백질을 소화시키기 어렵다고 말을 하지만 우리 한방에서는 뱃속에 회충이 생긴다고 말합니다. 

胎敎法에 약 108가지가 있는데, 그 내용을 몇 가지만 살펴봅시다. 계란을 많이 먹으면 태아에게 회충이 생기고, 게를 많이 먹으면 게처럼 아이가 옆으로 나오려 하므로 橫産(태아가 팔부터 나옴)을 하기 쉽고, 문어나 오징어와 같이 머리털이 없거나 비늘없는 고기를 먹으면 어린애가 대머리가 된다고 합니다. 이건 사실입니다. 결코 미신을 합리적으로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동식물을 먹으면 그것이 가진 특수한 그 나름의 氣의 작용으로 인하여 우리 체내의 어느 經絡이 발달하게 되므로 그 영향이 우리에게 미치게 되는 것입니다. 

콩나물의 몸통과 뿌리를 牛黃淸心元에 넣는 이유는 결과적으로 藥性을 上焦에 작용시키고자 함이지요. 이 외에도 牛黃淸心元에는 山藥, 甘草, 人蔘, 蒲黃, 神麯, 犀角 등 많이 들어갑니다. 서각은 물소뿔인데 備穴, 衄血, 즉 코피나는데 쓰지요. 물소뿔은 밤에 달이 간직하고 있는 月精을 빨아들이므로 그믐밤에 보면 후광같은 것이 드리워진다고 합니다. 달의 精을 모으는 또 다른 방법은, 경주에서 나는 옥돌같은 것에 홈을 파가지고 달빛 아래에 두면 그 홈에 물이 고인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月精水인데 火氣가 많고 성질이 급하고 고약한 사람이 많이 먹으면 성격교정은 물론 신선이 된다고 합니다. 

"方藥合編"下統에 犀角地黃湯(下統 60편)이 있는데 "治衄血不止及上焦有瘀血便黑 즉 멎지 않는 衄血(코피)과 上焦에 瘀血이 있어서 대변이 검게 되는 것을 다스린다"고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이 미신으로 여기는 한약방의 합리성을 몇 가지 예로써 증명해 보겠습니다. 

부뚜막의 흙을 약으로 씁니다. 伏龍肝이라 하지요. 伏龍肝을 빨갛게 달군 다음 냉수에다 탁 부으면 치지직 소리가 나겠지요. 이 물을 약으로 복용하는데 어떤 경우에 쓸까요? 

대들보 위에 쌓인 먼지를 樑上塵이라 하는데 이것도 약으로 씁니다. 催吐劑로 쓰이는 樑上塵은 콧 속으로 불어 넣는데 이것은 오래된 것일수록 좋습니다. 

수십년 묵은 古書를 뒤적거리다 보면 연거푸 재채기가 나고, 눈물이 나고, 멍멍해지는 수가 있지요. 이것도 樑上塵과 같은 기운의 작용입니다. 사마귀는 율무나 뜸을 뜨거나 면도칼로 잘라 치료합니다. 

또 제일 먼저 생겨난 사마귀에 뜸을 뜨면 나머지는 저절로 평정이 됩니다. 그런데 제 사부님께서는 아프지 않게 낫는 방법을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비바람이 불고 번개가 사납게 치는 날 사마귀를 번갯불에 노출시킨 뒤 '아! 뜨거'를 세 번 외치면 낫는다"고 해서 "에이, 사부님도 농담이 지나치십니다"하니 "의사인 네게 내가 거짓말을 하겠냐? 실지로 이렇게 해서 수백 명도 더 나았느니라"고 했습니다. 아마도이것은, 어떠한 少陽之氣의 전기를, 주역학적으로는 四震雷에 해당하는 어떤 기운을 이용하는 것이리라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번개는 이 지상에 순식간에 엄청나게 많은 少陽之氣를 갖다 나르기 때문입니다. 

牛黃淸心元에는 朱砂(水飛해서 씀)와 牛黃(소에게서 나오는 특정한 이물질, 해열제로 씀)등의 광물질류가 들어가므로 그 작용이 아래로 내려가겠지요. 腎臟의 熱을 치고 싶다면 이대로 쓰면 되겠지만, 心臟의 熱을 치고 싶다면 콩나물을 넣는 겁니다(콩나물에 열을 가해서 炒를 해서 쓰면 더 좋지요). 그러나 升麻는 너무 끌고 올라가므로 쓰지 않지요. 흔히 먹는 콩나물이 아무것도 아닌 것같지만 이렇게 위로 끌고 올라가는 것이 신기하지요. 거듭 말씀 드리자면 식물은 동물과 반대의 형태로 작용을 합니다. 동물은 식물을 통해서 地味를 얻습니다. 

파의 뿌리 가까운 쪽의 흰부분을 葱白이라고 하지요. "方藥合編" 中統 13번 五積散을 보면 葱三本이라고 씌어 있습니다. 

 

"治感傷風寒 頭身痛 四肢逆冷 胸腹作痛 嘔瀉 或傷生冷" 몸이 冷한 사람에겐 五積散, 더운 사람에겐 防風通聖散이 聖藥입니다. 또 파의 윗부분을 잘라 먹으면 下氣시키는 작용이 강하므로 변비나 소변이 안나오는 것과 經度不通에 아주 특효약입니다. 이렇게 下焦에 쓰는 瀉下劑이지요. 이건 비방입니다. 오늘 아침에 이것 하나만 듣고 가더라도 보람있는 일이 될겁니다. 

한편 '葱白三莖을 넣어라'는 처방이 있다고 가정할 때 이 처방은 위로 올라가게 하는 藥일까요? 아래로 내려가게 하는 藥일까요? 또 몸을 덥게 하는 약일까요? 차게 하는 약일까요? 위로 올라가게 하고, 몸을 덥게 하는 약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공기도더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고, 찬 공기는 아래로 내려 오지요. 

"方藥合編" 下統 136번 蟠葱散을 보면 "治脾胃虛冷 心腹功刺連胸脅 膀胱少陽 腎氣作痛" 蒼朮, 甘草, 三稜, 蓬朮, 白茯苓, 靑皮, 砂仁, 丁香皮, 檳榔, 玄胡索, 肉桂, 乾薑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빈랑만 下氣시키는 약이고, 전반적으로 藥性이 가볍고 더운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창출은 溫脾袪濕, 三稜・蓬朮은 破積之劑에 해당하는데 주로 물을 말리는 약입니다. 玄胡索은 血中의 熱 또는 血하고 관계되는 부인들 약이고, 肉桂와 乾薑은 속부위를 데우는 약(乾薑과 良薑은 술먹고 속이 冷한 사람에겐 꼭 쓰는 藥임)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다 총백일경을 넣으라고 되어 있습니다. 파의 흰 부분에서 실뿌리까지를 톡 잘라서 넣는 겁니다. 이렇게 파뿌리가 들어가는 것만 봐도 氣를 거들어 올려 승해 주는 약임을 바로 알 수가 있지요. 蟠葱散은 下焦가 冷한 사람에게 쓰이는 聖스러운 약입니다. 요즈음 말로 하면 腎臟結石, 膀胱結石, 신경성 대장염, 남녀 임질 등의 성병, 여자들 冷症, 옛말로는 疝症 등으로 배가 살살 아픈 경우에 쓰는 데 마른 사람에겐 아무리 痛症이 같아도 쓸 수 없습니다. 

走馬看山格으로 지나쳐가지만 총론에서 다루는 약들이 실은 대단한 것들입니다. 이젠 어떤 탕이라도 파뿌리를 넣으라고 되어 있다면 여러분들은 쉬 "몸을 덥게 하는 것 내지는 아래에 있는 것을 위로 거들어 올려주는 것이로군"하는 것을 알 수 있겠지요. 

이번엔 씨의 升・降・浮・沈을 한번 살펴 볼까요. 씨에는 주로 '子'나 '仁'자를 쓰는데 사람에게 상응시켜 보면 씨는 腎臟이나 생식능력을 돕는 작용을 합니다. 

"方藥合編" 卷末部分에 보면 石隱補遺方이란 제목으로 처방이 10여개 실려있는데 그중에 延齡固本丹이 있습니다. 

延齡固本丹은 "治五勞七傷 諸虛百損 顔色 衰朽 形體嬴廋 中年陽事不擧 精神短少 未至五旬 鬚髮先白 手足癱瘓 或脚膝痠疼 小腸疝氣 婦人無子 下元虛冷" 중년 이후에 陽事가 不起하여 12방향이 잘 되지 않고 정신이 短小하여 기억력이 가물거리므로 방금했던 이야길 하고 또 하는 경우에 씁니다. 

六味地黃湯에 加五子(五味子, 枸杞子, 兎絲子, 覆盆子는 넣고, 蛇床子는 빠져있음) 加 歸脾湯 재료 등으로 구성된 이 延齡固本丹은 마른 체질의 사람에게 기가 막힌 약이지요. 

여러분들 개업기념으로 아버지께 정력제를 선물하는 것은 정말 멋진 생각입니다만 몸이 통통하고 대머리가 벗겨지고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며 씩씩거리는 아버지에게 연령고본단을 선물한다면 한의대 헛보냈다고 땅을 치며 통곡하실 것입니다. 이 약은 3개월 가량 먹게 되는데 위와 같은 사람이 복용하면 먹을수록 陽氣가 더 떨어지겠지요. 이럴 때는 아쉬운대로 升麻와 콩나물을 합한 升麻大豆黃卷湯을 써 보세요. 여기에다 半夏나 南星을 넣고 二陳湯을 가미하면 멋진 정력제가 됩니다. 여기에 다른 것을 좀더 넣고 싶으면 薏苡仁 같은 袪濕之劑에 補中益氣湯이나 藿香正氣散을 加味하면 더 이상 좋을 수가 없겠지요. 아무튼 좀 마르고 신경질 적인 환자에게 좋은 延齡固本丹에 五子가 들어감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때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선생님! 蔓荊子도 씨지만 精力制로 쓸 수 없잖아요?" 그렇습니다. 蔓荊子는 쓸 수 없지요. 씨가 좀 쫀득쫀득하다거나 맛이 시고 떫거나 해야 收澁이 될텐데 만형자는 無味일 뿐 아니라 매우 가볍습니다. 

中統 125번의 蔓荊子散을 찾아보세요. "治腎經有風熱 耳中熱痛出膿汁 或鳴 或聾" 蔓荊子, 赤茯苓, 甘菊, 麥門冬, 前胡, 生地黃, 桑白皮, 赤芍藥, 木通, 升麻, 甘草가 들어간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러므로 蔓荊子, 升麻, 甘菊, 白芷 등의 가벼운 약은 위로 올라가므로 머리쪽 질환에 쓰입니다. 씨라고 해서 다 下焦쪽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蔓荊子와 같이 升・降・浮・沈의 공식에서 어긋나는 것이 있습니다. 한방은 고지식한 안목으로 보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씨앗 중에 決明子라는 것이 있지요. 밝은 明子 그대로 눈에 좋은 것인데, 草決明과 石決明 두 가지가 있습니다. 

下統 108번 洗肝明目湯을 보면 "治一切風熱眼目 赤腫疼痛"에 초결명을 쓰지요. 그리고 머리를 좋게 하고 두통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것으로 蔓荊子, 甘菊 등도 들어갔지요. 

下統 107번 石決明散을 보면 "治肝熱 眼赤腫 生瞖 或脾熱 瞼內鷄冠蜆肉 蟹睛疼通 螺起"에 石決明, 草決明은 君藥으로 되어 있습니다. 눈의 질환이 熱로 인해서 올까요? 冷으로 인해서 올까요? 熱로 인해서 오지요. 그러므로 石決明과 草決明은 당연히 熱을 식혀주는 약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식혀주는 약을 많이 먹으면 陽氣가 떨어지겠지요. 따라서 決明子는 씨앗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먹게 되면 五子와 반대되는 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本草綱目"에도 배가 찬 사람은 決明子를 삼가라고 되어 있는데 길가 돌팔이들은 精力制라고 떠들어 댑니다. 

이상과 같은 예외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식물의 뿌리부분은 동물의 머리쪽으로 작용을 하고, 가지부분은 동물의 팔 다리에 작용을 하고, 지상부분은 동물의 下焦에 작용한다는 것을 공부했습니다. 

 

    Copyright(C) 2001 Sa-Am non-profit Acupuncture Service All rights reserved.